예상을 뛰어넘은 글로벌 성공, 케이팝 데몬 헌터스
최근 미국의 한 친구가 제게 물어봤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봤어?" 처음에는 또 어떤 어설픈 케이팝 콘텐츠가 나왔나 싶었죠. 하지만 이 친구는 평소 케이팝에 전혀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습니다. 10년 넘게 알고 지낸 멕시코 출신 친구로, 미국 백인과 결혼해서 사는 30대 중반의 현실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이 친구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끝까지 몰아봤다는 겁니다. 처음엔 아기와 함께 있으면서 배경으로 틀어놓으려다가, 10분이 100분이 되고 결국 완주까지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건 분명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미국 내 성공은 단순히 '한류 열풍' 때문이 아닙니다. 미국 문화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갈증을 정확히 짚어낸 결과였죠. 미국에서 10년 넘게 거주하며 직접 목격한 현지 반응을 바탕으로, 이 작품이 왜 이토록 많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깊이 파헤쳐보겠습니다.
미국은 50개 나라가 합쳐진 문화 실험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이라는 나라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미국은 말 그대로 50개의 서로 다른 나라가 합쳐져서 만든 거대한 문화 실험장이거든요. 캘리포니아 주 사람들과 와이오밍 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생각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제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미국에서 케이팝을 좋아한다는 건 예전 우리가 학교 다닐 때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제이팝에 빠져있던 친구들과 비슷한 느낌이에요. 약간 마이너한 감성이 있는 친구들이 즐기는 서브컬처 정도로 인식되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미국은 자기 개성 표현이 굉장히 개방적이거든요. 마이너한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똘똘 뭉쳐서 목소리를 내고, 당당하게 즐깁니다. 코믹콘 같은 대형 컨벤션에서 코스플레이하고 성우들 만나서 사인받고, 전국의 서브컬처 팬들이 모여서 교류하는 걸 아주 당당하게 해요.
"내가 케이팝 좋아하는데 어쩌라고? 내가 좋다는데 네가 왜 지적질하냐?"
이런 감성이죠. 그런데 지역별로 이런 개방성의 정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진보 vs 보수, 지역별로 다른 케이팝 수용도
LA 같은 다문화 중심지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어요. 그래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같은 새로운 문화 콘텐츠도 그냥 개성 표현의 일부분으로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죠.
반면에 와이오밍 시골에서 농장일하고 중장비 운전하는 사람들이 잡티 하나 없는 완벽한 얼굴, 형광색으로 염색한 헤어스타일, 남자도 진한 화장을 하고 뿌잉뿌잉하는 케이팝 문화를 보면... 솔직히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기가 막힌 지점을 파고들었어요. 케이팝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지만, 실제로는 그런 문화적 저항감을 최소화하면서도 재미라는 가장 보편적인 요소로 승부를 걸었거든요.
제 친구처럼 평소 케이팝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이거 뭔가 특이하고 재밌는 소재의 만화 영화" 정도로 인식하게 만든 거죠. 케이팝이라는 인식보다는 흥미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로 어필한 겁니다.
디즈니의 몰락과 콘텐츠 갈증
미국인들의 인생은 디즈니로 시작해서 디즈니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모들은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를 피하기 위해 아기들에게 안전빵인 디즈니를 보여주기 시작하죠. 성인이 되어서도 디즈니 영화를 즐겨보고, 자식이 생기면 함께 디즈니 콘텐츠를 소비하는 선순환이 계속됐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디즈니가 대환장 파티를 벌이고 있어요. 과도한 PC주의를 작품에 억지로 집어넣으면서, 소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문화를 다수에게 너무 노골적으로 강제 주입하려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거든요.
디즈니가 놓친 것들
- 재미도 없고 공감대 형성도 어려운 억지스러운 메시지들
- 남녀간의 사랑을 마치 금기시하는 듯한 스토리텔링
- 기존 이야기의 무의미한 재탕과 피부색만 바꾼 리메이크들
예를 들어볼까요? 남녀간의 사랑을 메인 주제로 다룬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2010년 라푼젤 이후로 거의 없었습니다. 2013년 겨울왕국도 자매간의 우정이 메인이었고, 애나와 크리스토프의 로맨스는 그냥 부수적인 스토리였죠.
모아나 같은 최근 작품들은 아예 로맨스 자체가 없어요. 인류가 태어날 때부터 전해내려온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남녀간의 사랑을, 마치 누가 칼 들고 협박하는 것처럼 피해왔다는 겁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제시한 해답
이런 콘텐츠 공백 상황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치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미국인들이 목말라하던 것들을 정확히 제공했어요.
치킨에 뭘 뿌리든 일단 치킨이 맛있으면 된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성공 비결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겁니다. 치킨에 치즈를 뿌리든 팟을 올리든, 일단 치킨 자체가 맛있으면 먹고 들어간다는 거죠.
작품이 보편적인 주제를 굉장히 재미나게 풀어나간다는 점이 핵심이에요. 재미에 중점을 둔 탄탄한 뼈대를 가지고 가니까, 여러 가지 흥미로운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는 거거든요.
캐릭터 구성의 혁신
미국 사람들은 소위 걸 보스 캐릭터에 지쳐있는 상태였어요. 호리호리한 여성 캐릭터가 마동석급 피지컬의 남성을 물리적으로 압도하는 비현실적인 설정 말이죠.
루미 같은 경우에는 강한 캐릭터이긴 하지만 수줍음도 있고, 덜렁거리는 면도 있고, 감정적이면서도 끼부릴 때는 끼도 부리고... 한국에서는 상당히 보편적인 캐릭터잖아요? 그런데 미국인들이 보기에는 다양한 인간적인 면이 잘 녹아있는 굉장히 새로운 캐릭터로 느껴졌다는 겁니다.
남자 주인공 진우도 마찬가지예요. 인물 잘나고, 카리스마 있고, 추진력 있는 역사적으로 인류가 추구해 온 이상적인 남자 캐릭터죠. 최근 디즈니에서 성인 백인 남자들을 전부 무능력한 등신으로 표현하는 것과는 정반대거든요.
잊혀진 보편적 감성의 귀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건드린 건 결국 평범한 감성이었어요. 잘난 남자와 잘난 여자가 꽁냥꽁냥하는 지극히 평범한 틀 말이죠. 그런데 워낙 PC주의가 판을 치다보니, 이런 평범한 것들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거예요.
미국인들이 맛대가리 없는 샐러드만 처먹다가 개스라이팅 당하던 중에, 갑자기 독립기념일에 아빠가 뒷마당에서 연기 뿜어가며 정성껏 구워준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먹었을 때의 그 느낌인 거죠.
"아, 내가 내 인생 두 시간을 이 콘텐츠에 쓸 건데, 나보다 더 멋지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보여주는 최상위급 재밌는 이야기에 쓰겠다"
바로 이거였습니다.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또 다른 중요한 지점을 파고들었어요. 바로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점이죠. 디즈니가 워낙 게을러서 기존 이야기 재탕하고, 주인공 피부색만 바꿔서 리메이크하고, 말도 안 되는 억지 설정으로 외전 만들고... 그런 짓거리를 10년간 계속하니까 사람들이 뭘 내놔도 기대를 안 하게 된 거거든요.
이런 공백의 시점에서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소설 원작도 아니고 만화 원작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니까 미국 사람들이 열광한 거거든요.
결론: 성공의 진짜 공식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미국 내 성공은 단순히 '한류 열풍'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미국 문화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여러 갈증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해소시켜준 결과였죠.
성공 요인 정리
- 지역별 문화 차이를 고려한 보편적 어필 - 케이팝이라는 이름보다는 재미있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접근
- 디즈니의 공백을 메운 감성 - PC주의에 지친 관객들에게 자연스러운 남녀 로맨스 제공
- 현실적이고 매력적인 캐릭터 - 획일적인 걸 보스가 아닌 다면적 인간성을 가진 주인공들
- 오리지널 스토리텔링 - 재탕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의 힘
한국 언론에서 *"미국을 사로잡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고 할 때, 좀 더 정확히는 **"오픈 마인드를 가진 엄청나게 많은 미국 사람들을 사로잡은"**이라고 표현하는 게 현실에 가까워요.
미국은 50개의 다른 나라가 합쳐진 국가니까, 우리가 느끼는 미국 문화와 실제 현지의 온도차는 분명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보여준 건 분명해요.
좋은 콘텐츠는 국경을 넘나들 수 있고, 문화적 차이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핵심은 결국 재미와 보편적 감성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들이라는 거죠.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한국 콘텐츠들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거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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